
KBS2 ‘은애하는 도적님아’에서 홍민기는 차가운 독설 뒤에 따뜻한 속내를 감춘 ‘임재이’ 역을 맡아 극의 텐션을 쥐락펴락하는 핵심 키플레이어로 부상하며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지난 3, 4회 방송에서는 임재이(홍민기 분)가 홍은조(남지현 분)와 이열(문상민 분) 사이를 파고들며 본격적인 삼각로맨스의 서막을 알렸다. 특히 혜민서 마당에서 이열과 마주친 장면은 압권이었다. 재이는 은조의 어깨를 여유롭게 감싸 쥐며 “내가 누굴까요?”라는 도발적인 한 마디로 팽팽한 신경전을 점화, 시청자들의 ‘도파민’을 한껏 자극했다.
무엇보다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포인트는 은조를 향한 재이만의 ‘지독하지만 다정한’ 진심이었다. 그는 은조에게 “저 사내도 알아? 네가 칠순 노인에게 시집가는 거”라며 잔인할 만큼 차가운 팩트를 던졌지만, 이는 단순한 비아냥이 아니었다. 은조가 가혹한 현실을 직시하고 스스로 삶을 선택하기를 바라는 재이만의 ‘거친 위로’였던 셈이다. 홍민기는 서늘한 말투 속에 담긴 복합적인 연민과 애정을 섬세한 완급 조절로 표현하며 캐릭터의 서사를 풍성하게 채웠다.
홍민기의 존재감은 문상민과의 대립에서도 빛을 발했다. “난 저 여인이 아니라, 저 여인을 바라보는 우리 종사관 눈빛을 단속한 건데?”라며 미소 짓는 모습은 외유내강형 카리스마의 정석을 보여줬다. 물리적 충돌 없이도 매너 있는 도발로 상대의 심리를 파고드는 정교한 연기는 극적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는 평이다.
여기에 베일에 싸여있던 재이의 아픈 가정사가 드러나며 서사의 판도가 뒤흔들렸다. 재이가 권력의 실세 임사형(최원영 분)과 기생 사이에서 태어난 ‘서자’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 자신 또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경계인’이었기에 위기에 처한 은조를 외면하지 못했던 재이의 배경은 시청자들의 유대감과 애틋함을 동시에 자극했다.
특히 아버지 임사형과의 대립은 극의 에너지를 정점으로 이끌었다. 가문을 위해 정략혼례를 강요하는 아버지에게 “씨나 뿌리는 종마로는 살지 않겠다”고 선포하며 서슬 퍼런 눈빛으로 반기를 든 장면은 단연 백미였다. 대선배 최원영의 압도적인 위압감에 밀리지 않는 홍민기의 묵직한 존재감은 강렬한 전율을 선사하며 ‘홍민기의 재발견’이라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입체적인 캐릭터 임재이를 자신만의 색깔로 해석해 극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홍민기. 본격적인 삼각 구도의 중심축으로 떠오른 그가 향후 전개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KBS 2TV 토일 미니시리즈 ‘은애하는 도적님아’는 매주 토, 일 저녁 9시 20분에 방송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