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건축탐구 집'에서는 ‘금토일’은 밥 짓고 ‘월화수목’에는 집 지은 부부의 월화수목 행행행 하우스를 찾아간다.
◆시간의 흐름 따라 고친 우물 옆 환갑집
서울 용산구, 시간의 흐름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후암동의 한 골목에 우물이 남아있다. 그런데 동네에서 특이한 것은 우물뿐만이 아니다.동네 우물이 위치한 골목길을 따라가다 보면 나오는 대문 없는 집. 이렇게 집들이 빼곡한 동네에 대문을 포기하는 과감한 선택을 한 건축주의 정체는?
건축주의 정체는 바로 오래된 집을 고쳐 사는 게 꿈이었던 남편 신민현 씨와 남편의 꿈을 이룬 집에서 프로포즈 받은 아내 정유진 씨다. 건축 전공에 한때 누구나 다 안다는 대기업 건설사까지 다녔던 민현 씨. 후암동 현장으로 첫 발령이 나며 동네 이곳저곳을 구경 다니던 어느 날, 민현 씨의 눈에 우물터 옆집이 들어왔다. 지은 지 오랜 세월이 지난 허름한 구옥이었지만 건축학도였을 때부터 도시재생에 관심이 많았던 민현 씨에게는 꿈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었다. 그렇게 민현 씨는 20대 후반의 나이에 없는 돈과 있는 돈을 영끌해 첫 주택을 매입하였다.
하지만 구옥 수리도 제대로 하기 전에 소개팅으로 만나게 된 민현 씨와 유진 씨. 민현 씨가 어린 나이지만 수도권에 자가 주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유진 씨는 처음엔 혹했으나 이후 실상을 알게 되었다. 흔히 단독주택이라고 하면 상상하는 멋진 집이 아닌 곰팡이가 창궐하는 오래된 구옥이었다는 것. 나중에 유진 씨는 수리 중인 구옥 한 켠에서 미래에 대한 약속과 함께 프로포즈를 받았다.
신혼집으로 지냈던 첫 집은 원래 창고와 집이 붙어있었다. 욕조 있는 집에 살아보고 싶었던 유진 씨를 위해 외부 화장실을 집과 연결해 큰 화장실을 만든 민현 씨. 외부 화장실 변기를 뜯어내고 그 자리에 아내의 소원인 매입욕조를 놓았다. 물론 화장실만 2개일 뿐 제대로 된 부엌공간도 없어 설거지하는데도 애먹었지만 그래도 부부 둘뿐이라 가능했던 일이었다. 그러다 부부에게 찾아온 아들 의철이. 다시 민현 씨가 움직일 차례였다.
창고를 부엌 겸 거실 공간으로 고쳐 이제는 온전한 가족을 품을 수 있는 집이 완성되었다.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부엌 공간 위로 부부만을 위한 작은 다락 거실을 만든 민현 씨. 눈높이에 맞게 텔레비전도 벽 상단에 부착해 작은 공간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방법을 구현해냈다. 특히 다락 거실은 넓은 창을 놓아 개방감과 채광 또한 확보하였다. 처음에 있던 허술한 부엌 공간이 현재는 아이의 방으로 변화하였고 방치된 창고는 가족들의 공간으로 고쳐졌다.
마지막으로 재탄생한 공간은 현재 부부가 운영하는 숙소이다. 직업상 지방 발령을 피할 수 없었던 남편 민현 씨. 결국 민현 씨는 방송 예능 작가로 일하는 아내 유진 씨를 존중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찾기로 결심하며 퇴사를 택하였다. 이후 이웃 집주인의 제안으로 별채를 매입하여 외국인 전용 숙소로 리모델링을 했다. 본채와 별채 모두 오랜 시간이 쌓인 집이었지만 부부가 리모델링 함으로써 다시 가족들만의 시간들이 쌓이고 있다.

전라남도 곡성, ‘월화수목’은 집 짓고 ‘금토일’은 밥 짓는 건축주가 있다? 주택 매입 후 3년이라는 시간도 모자라 현재까지도 집을 짓고 있다.
그들의 정체는 바로 이 세상 모든 곳에서 살아보고 싶은 아내 한경란 씨와 아내의 꿈을 이뤄주는 남편 염정훈 씨다. 윤리 교사로 재직하며 누구보다 바른 생활을 해왔던 경란 씨. 하고픈 것들이 많았지만 주변의 시선으로 인해 자신의 꿈들을 억누르기도 했었다. 그러다 우연히 떠난 제주 여행에서 자유로운 영혼이었던 정훈 씨를 만났다.
젊은 날 다양한 일들을 해왔던 정훈 씨. 흔히 말해 명함 내밀기에 신물이 난 정훈 씨도 자신을 되찾고자 제주로 떠나와 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바닷가에서 본 소라게 한 마리가 제 몸 크기만한 껍질을 집으로 짊어지는 모습을 보고 인생의 답을 찾게 되었다.
두 사람은 제주에서의 만남 이후로도 여러 번의 우연을 거쳐 만남이 이어졌고 이후 연인이 되었다. 부부는 제주로 거처를 옮겼고 어느 날 발견한 6평 타이니 하우스를 고쳐 살았다. 한 사람이 생활하기에도 작은 크기였지만 경란 씨로 하여금 집은 크기가 아닌 곧 자신에게 안정을 주는 사람이 있는 공간이라는 것을 깨달은 정훈 씨.
하지만 제주에 와서도 교직생활을 지속하며 열정적으로 일하던 경란 씨의 몸 상태가 나빠졌고, 부부는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우연히 떠난 구례가 마음에 들었던 부부는 거처를 구례로 옮기기로 결정한다.
부동산 운이 있었던 경란 씨 덕분에 집을 고쳐사는 조건으로 월 5만 원에 구례 읍내에 있는 집을 계약한 부부. 월세집에서 살며 더 좋은 부부만의 공간을 물색하던 중 6500만 원에 급매로 올라온 현재의 곡성 집을 발견했다. 이미 집을 세 채나 고쳐본 경험이 있었던 정훈 씨는 다시 공구를 집어 들었다. 3일은 먹고 살 돈을 버느라 식당을 운영하고 나머지 4일은 집 짓는데 시간을 보냈던 부부. 다만 4일 내내 집만 짓는 게 아닌 하고 싶은 것도 하느라 집 하나 고치는데 3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집은 서서히 부부의 로망이 담긴 공간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15평밖에 안 되는 작은 공간이지만 부부의 집은 다른 집보다 어둡다. 공간감을 확보하기 위해 내부를 흰색으로 칠하는 대신 검은 색으로 칠했다. 부부가 창조해내는 창작물들이 집안에서 돋보이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정훈 씨의 아이디어 덕분에 경란 씨가 취미로 찍는 사진 작품들이 그 어떤 것보다 더욱 눈에 띈다.
무엇보다 아내 경란 씨를 위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던 정훈 씨. 부엌일을 하며 풍경을 보고 싶다는 아내 말에 한쪽 벽을 뚫어 수직 창을 만들었다. 넓게 뚫린 창 덕분에 채광 또한 확보하였다. 거기다 언젠가 자신의 삶을 토대로 책을 내고 싶다는 아내의 꿈을 위해 작은 집 한 칸을 집필실로 꾸미기도 하였다.
부부의 집은 가구를 보는 맛도 쏠쏠하다. 어느 날 목공소에 철거되는 나무를 얻으려 간 정훈 씨는 그곳에서 열대우림에서 자라는 단단한 호두나무인 이페나무를 보게 되었다. 썩은 나무지만 나무에 새겨진 세월의 흔적에 반해 집안 곳곳의 가구들을 이페나무로 만들었다. 정훈 씨의 이페나무 사랑은 화장실에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정훈 씨의 로망의 집합소라고 할 수 있는 욕실엔 더욱 놀라운 것이 있다.
부부는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천천히 자신들이 원하는 모습으로 집을 고쳐왔다. 이제 그 집에서 또 다른 가족을 기다리며 부부는 노래하고, 밥을 짓고, 집을 고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