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F는 15초 길이의 짧은 필름. 대중의 감각을 15초라는 짧은 시간 안에 사로잡는 유혹의 기술이 관건이다. 이를 위해 CF를 집행하는 기업들이 쉽게 손을 잡은 것이 스타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스타는 매니지먼트가 생산해낸 일종의 상품이다. 기업은 스타의 이미지를 사고, 스타는 자신의 상품성을 판다. 스타가 쌓아올린 이미지를 ‘제품 혹은 기업 이미지’로 연결시켜 15초 안에 승부수를 띄우는 시장. 당연히 대중에게 사랑받는 스타가 광고 섭외 1순위일 수밖에 없다.
CF 시장에서 근 몇 년간 꾸준한 사랑을 받는 스타는 유재석이다. 기업들은 유재석이 지니고 있는 친근함과 신뢰감을 산다. ‘신뢰’ 이미지가 필수인 금융권 광고나, 건강 음료광고 등이 유재석을 찾는 이유다. 2000년대 테크노 요정으로 광고계에 혜성같이 등장한 전지현은 지금도 CF 여왕으로 군림한다. 건강한 판타지는 그녀가 지닌 강력한 무기다. 이영애 역시 성공한 여자라는 이미지로 오랜 시간 사랑받는 스타다. 한때 그녀가 출연한 CF로 구성한 ‘이영애의 하루’가 만들어질 정도로 업계의 사랑을 받았다. 이 밖에도 강동원의 초현실적인 이미지가, 김연아의 건실한 이미지가, 설현의 섹시한 이미지가 광고시장에서 고객에게 매력 어필한다.
CF를 보면 그 시대 최고의 스타가 보인다. 한때 화장품 광고는 여배우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화장품 모델에 발탁됐다는 것은, 곧 톱스타 대열에 합류했음을 의미했다. 송혜교, 전지현, 이영애, 고소영, 이나영 등 당대의 미녀들이 화장품 광고를 거쳐 갔거나, 지금도 활약 중이다. 여신들의 또 하나의 전쟁터는 소주 시장이다. ‘산소같은 여자’ 이영애의 이미지를 타고 판매량이 급증한 참이슬을 시작으로, 소주시장은 인기 여자 연예인들의 경영장이 됐다. 이효리를 기용한 처음처럼이 소주업계 6위에서 2위로 뛰어오른 것은 일종의 사건이었다. 지금은 설현, 아이유 등 인기 여자 아이돌들이 이 시장을 이끌고 있다.

맥주 광고는 당대 최고의 남자 배우들만이 오를 수 있는 왕좌다. 유행에 민감한 시장이라 배우 교체도 빠르다. ‘태양의 후예’가 신드롬을 일으키자, 하이트는 발 빠르게 송중기를 기용했다. 오비맥주도 배우 김수현(2012년), 이종석-김우빈(2013년), 가수 빅뱅의 탑(2015년) 등 인기 스타와 함께 했다. 남자 스타들의 경쟁이 치열한 또 하나는 아웃도어 브랜드다. 현빈이 K2를 입고 산을 올랐고, 조인성이 블랙야크를 입고 강을 누볐으며, 송중기가 노스페이스를 입고 조깅을, 하정우가 밀레의 모델로 활약했다.
유행에 민감한 CF 시장은 지각변동이 잦다. 트렌드에 따라 ‘뜨는’ CF가 있고, ‘지는’ CF가 나오는 이유다. 근 10년간 가장 크게 하락한 것은 건설 광고다. 자고 나면 집값이 뛰었던 2000년대 초반, 톱스타를 잡기 위한 건설 광고들의 경쟁은 뜨거웠다. 장동건(포스코 건설) 이영애(GS건설) 김태희(대우건설) 신민아(삼성물산) 손예진(SK건설) 등 당대 톱배우들이 아파트의 얼굴이 됐다. ‘아파트 광고를 안 찍으면 스타 명함도 못 내민다’는 말이 나돌 때였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와 함께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하락세를 보이자 건설광고는 빠르게 식었다.

10년 전에는 미비했으나 최근에 ‘뜨는’ CF는 단연 모바일 게임이다. 가상의 게임 안에서 이병헌·이정재·정우성·장동건·차승원 등 스타들의 역동적인 액션이 펼쳐진다. 모바일 게임업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스타의 이미지가 제품 이미지로 직결되는데 따른, 부작용도 많다. 거액의 광고비를 받는 스타에겐 사생활 관리가 암묵적으로 요구된다. 스캔들이 터지면 광고는…끊긴다. 이때 작동하는 것도 ‘진실’보다는 ‘이미지’다. 블랙야크와 올 초 모델 전속계약을 체결한 이진욱은 성폭행 혐의 보도가 나오면서 4개월여 만에 계약파기 수순을 밟아야 했다. 김민희는 불륜설로 인해 광고 모델로 활동하던 화장품 업체에 위약금을 물어줬다. 일명 ‘50억 협박사건’에 휘말렸던 이병헌도 출연 중인 광고가 잠정 중단되는 이중고를 겪어야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