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정시우 기자]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가장 바쁜 배우를 꼽으라면 단연 한예리일 것이다. 개막작 ‘춘몽’의 주인공으로 영화제의 문을 연 한예리는 또 다른 주연 영화 ‘더 테이블’을 통해서도 영화제 관객을 만난다.
‘춘몽’은 서울 변두리 지역인 수색에서 거동 못하는 아버지를 모시고 작은 술집인 ‘고향주막’을 운영하는 여자 예리와 그녀의 마음을 얻으려는 세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흑백 영화다. ‘더 테이블’은 ‘최악의 하루’의 김종관 감독과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춘 작품으로 각기 한 카페에서 각기 다른 상황에 놓인 네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 옴니버스 영화다. 한예리는 사기 결혼을 위해 가짜 친정엄마 역할을 해줄 사람을 만나는 인물을 연기했다.
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그랜드 호텔에서 만난 인터뷰 자리에서 한예리는 개막작을 들고 부산에 온 기분에 대해 “이상하다. 나쁜 느낌은 아닌데, 뭔지 잘 모르겠다. 뭉클하다는 게 맞는 것 같다”며 “장률 감독님도 그렇고 모두가 영화제를 생각하고 ‘춘몽’을 만든 건 아니었지만 적절한 시기에 개막작으로 참여할 수 있어 영광이고 기쁘다”고 전했다.
한예리의 지난 해 ‘필름시대의 사랑’을 통해 한 차례 장률 감독과 호흡을 맞춘바 있다. “‘필름시대의 사랑’ 때는 한 회차 촬영이었다. 촬영 때 감독님이 ‘예리, 지금 거짓말 하고 있다’고 하시더라. 순간 뭔가 ‘땡’ 하는 소리를 듣는 듯 했다. 연기를 대하는 나의 태도를 다시금 생각하게 계기였다. 이후 감독님과 기회가 있으면 꼭 함께 해야지 하고 있었는데 기회가 빨리 왔다. ‘춘몽’을 함께 하자는 전화를 받고, 바로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춘몽’에서 한예리는 양익준 윤종빈 박정범 세 남자의 사랑을 받는다. 얼마 전 개봉한 ‘최악의 하루’에서도 한예리는 세 명의 남자(권율, 이희준, 이와세 료)와 로맨스를 펼친 바 있다. 이에 대해 한예리는 “어쩌다 보니 그랬다 됐다”고 수줍게 웃어 보인 후 “두 영화는 굉장히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최악의 하루’가 관계성에 대한 이야기라면 ‘춘몽’은 삶과 죽음 그리고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에 대한 애정 어린 시각이 담긴 작품이다. 각각의 매력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세 감독이자 배우들과 함께 한 소감에 대해서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꼽을 수 없을 만큼 매일 즐거웠다. 진짜 수색에 살고 있는 사람들 같았다”며 ‘다들 한 마음이었다. 한 지점을 위해 굉장히 열심히 하고 있고, 충분히 소통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세 감독님들이 나보다 더 부담감을 갖고 있었다. 작품에 누가 되면 안 되겠단 생각을 하시는 것 같더라. 부담감과 책임감이 커 보였다. 의상과 헤어도 디테일하게 준비하셨다. 장률 감독님이 좋은 배우들을 얻었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예전부터 알고 지냈던 분들이라 그런지, 낯섦은 없었다. 재미있게 찍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실제 세 남자 중 가장 끌리는 사람이 누구냐는 물음에는 “이 질문을 계속 받고 있다”고 웃어 보인 후 “아무하고도 안 사귈 것”이라고 딱 잘라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영화 ‘다이빙벨’에서 시작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외압 논란과 보이콧 등과 관련해서는 “올해 분위기는 딱 좋은 것 같다”며 “영화제가 너무 요란해서도, 쓸쓸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 정도가 맞지 않나 싶다”고 밝혀다.
이어 “부산에 오기 전에 막연하게 걱정을 하긴 했다. 그때 안성기 선배님이 어떤 식으로든 좋을 거라고 얘기해 주셨다. 그 말의 의미를 나중에 이해했다”며 “선배님께서, 부산국제영화제가 성장을 하는데 좋은 밑거름이 되는 해 일 거라고 말씀하셨다. 어떤 영화제든 탈이 없었던 적은 없었다고도 하셨다. 앞으로 20년을 더 가기 위한 준비라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자연스럽게 극에 녹아드는 연기는 한예리의 특징이다. 상업영화와 독립영화 그리고 드라마를 종횡무진하고 있는 한예리는 “대중성과 인기를 생각하며 작품을 고르지는 않는 것 같다. 드라마 ‘청춘시대’의 경우 캐릭터가 너무 좋았다. 누군가는 ‘한예리는 드라마에서도 우울한 역할을 해야해?’라고 물을 수 있지만, 내가 했기에 전달된 분위기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확고한 연기관을 알렸다.
마지막으로 한예리는 ‘춘몽’에 대해 “영화를 어렵게 생각 안 하셨으면 좋겠다. 각자가 느끼는 만큼 음미하면 되는 영화다. 영화를 보고 잠시 내가 꿈을 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도 좋을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부산국제영화제가 끝나면 한예리는 일본으로 날아간다. 10일 일본 삿포로에서 개막하는 제11회 삿포로 국제단편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위촉됐기 때문이다. 한예리는 점점 더 바빠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