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망스러운 결과를 낳은 ‘안투라지’ 한국판은 tvN의 아픈 손가락이 됐다. 그리고 끝내 치유하지 못한 채 지난 24일 종영했다.
리메이크 된 한국판 ‘안투라지’는 미국의 동명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미국 HBO에서 2004년부터 2011년까지 무려 총 여덟 시즌을 방송했다. 오랜 시간 사랑을 받은 작품인 만큼 흥행보장을 점쳤다. 할리우드 스타의 일상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코미디 드라마를 어떤 에피소드로 색다르게 풀어낼 지도 기대를 모았다.
tvN도 올 하반기 가장 공들인 작품 중 하나였다. 특히 ‘굿와이프’를 통해 리메이크의 성공을 이끈 후 두 번째 도전이었기에 웰 메이드(Well Made) 작품을 예견했다. 그런데 어쩐지 방영 전부터 숱한 기대를 모았던 화제작은 단 1회에 문제작이 됐다. 거친대사에 노출신, 중심적인 이야기 없이 산만한 전개가 매회 거듭되자, 시청률 1%대를 탈피할 반등은 없었다.
#. 신선하지 못한 전개
조진웅, 서강준, 이광수, 박정민, 이동휘 등 대세 배우들의 호화로운 조합에도 시청자들을 끌어당기지 못했다. 시청률과 화제성 부분에서도 성적은 초라하다. 스토리가 빈약하면 톱배우가 와도 안 된다는 방송계 법칙은 ‘안투라지’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제작진은 ‘안투라지’를 한국 정서에 맞게 리메이크 했다. 원작의 자극적이고 센 장면들이 논란을 야기할 것을 인지하고 대폭 수위를 조절했다. 또 블랙코미디 장르가 한국에서 익숙지 않다보니, 이 돌파구를 러브라인에서 찾았다. 원작에는 강조되지 않던 서강준과 안소희의 러브라인이 지나치게 많은 부분을 차지하자 어쩔 수 없는 빤한 스토리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었다.
#. 특별하지 못한 캐릭터
차영빈(서강준) 캐릭터의 매력도 실종됐다. 친구이자 매니저 이호진(박정민 분), 자신을 스타로 성장시킨 소속사 대표 김은갑(조진웅 분)과의 관계에서 의리 있고, 만년 백수 친구 거북(이동휘 분)과 못 나가는 배우이자 사촌 형 차준(이광수 분)을 위로하고 챙기는 따뜻한 마음도 갖췄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사랑하는 여자 소희(안소희 분)에게는 저돌적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사랑꾼이다. 이렇게 매력적인 요소를 지닌 캐릭터이지만, 어느 하나 세밀하게 그려지지 않았다.
특히 ‘안투라지’가 차영빈이 배우로 성장해가는 모습이 빈약했다. 소희가 출연한다는 이유로 캐스팅에 연연하고, 헤어졌다는 이유로 출연을 거절하는 등 연기에 대한 욕심이 밀도있게 다뤄지지 않았다. 그가 배우로 성장하거나, 주변 인물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발전하는 서사 전개에 힘이 없었다. 단편적인 일상과 감정으로 특별하고 은밀한 한국 연예계의 이면을 담아내긴 역부족이었다. 기대가 충족되지 못하자, 시청자들의 관심은 이탈했다.
#. 수위 조절의 실패, 어설픈 섹드립
원작에서는 자극적인 에피소드가 핵심 있게 등장하는 만큼, 한국판에서는 어느 정도 수위로 조율될지가 관심을 받는 대목이었다. 한국적인 정서로 이를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을지, 우려 섞인 반응과 기대하는 목소리가 공존했다. 우려와 논란을 더 의식한 제작진은 성스캔들, 마약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에피소드는 전면 배제했다.
이처럼 한국 정서에 맞추기 위한 노력과 ‘안투라지’ 원작의 느낌을 표방하려는 두 개의 욕심이 상충하자 조화롭지 못한 결과물이 탄생했다. ‘안투라지’ 한국판은 핵심적인 사건을 단순 19금 대사에 의존했다. 매회 비속어와 야한 대사들이 빼놓지 않았다. 배우들의 자유분방한 모습을 어필하기 위해 집 안에서는 주로 팬티 바람이었다. 드라마에 성적인 코드를 녹여 세련된 유머로 포장하려 했지만, 중심적인 이야기가 없다보니 어설픈 흉내에 그쳤다. 이런 맥락 없는 대사들은 되레 시청자들의 반감만 샀고, 한국판 ‘안투라지’의 색깔도 희미했다. 단순히 자극적인 유희가 아닌 공감이 기반된 드라마를 위한 시도가 부족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