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윤준필 기자]
①에서 계속
"연기라는 건 도덕적 경계를 시험하는 과정 같아요."
8년 전, 영화 '비밀은 없다'에서 반전의 열쇠를 쥔 인물을 한 차례 연기한 적 있지만, 최유화가 이렇게 직접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캐릭터를 연기한 건 처음이었다. 그는 배우들이 왜 악역에게 매력을 느끼는지 알 것 같다면서도, 한편으로는 큰 도전이었다고 털어놨다.
"송민아(한수아)를 죽이는 장면을 제 생일날 찍었는데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내가 생일날 왜 이런 연기를 하고 있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다 찍고 스태프들한테 이상한 '생일빵'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하하."
극 중 김성희는 장태수(한석규)가 가장 많이 의심했고, 결국 그에게 덜미를 잡혔다. 최유화는 "집에 너무 많이 찾아오시더라"라고 농담을 하면서도, 배우 한석규와 연기한 경험은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와! 내가 한석규 선배님과 연기하는 날이 오다니' 정도로 크게 감흥이 없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성희의 집에서 촬영하다 잠시 쉬는 시간 창가에 선배님과 나란히 앉아 한담을 나누는 시간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 순간이 너무나도 선물 같은 거예요. 그 순간을 잊지 못할 겁니다."
최유화는 한석규를 '인내심 강한 분'이라고 표현했다. 데뷔 35년 차인 대선배임에도 후배들의 연기를 끝없이 기다려주고, 후배의 의견도 적극적으로 수용할 줄 아는 선배라고 표현했다. 그의 유연하고, 열린 연기관은 최유화에게도 큰 영감을 줬다.
"한석규 선배님은 항상 상대를 존중해주세요. 자신이 낸 의견이 혹시 상대 배우의 연기를 가린다고 생각되면, 그 자리에서 의견을 철회하세요. 상대의 연기를 빛나게 해주시는 분이었어요. 그런 점에서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현장은 정말 배운 것들이 많았어요."
최유화는 그동안 이지적이고, 도시적인 캐릭터를 자주 연기했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고백했다. 카메라 앞에선 온전히 그 캐릭터로 사는 배우이지만, 평상시의 최유화는 엉뚱하고 순박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그런 점이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의 김성희를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새로운 도전을 끝마친 배우 최유화에게 또 다른 목표가 생겼다. 바로 '따뜻한' 작품에 출연하는 것이다.
"데뷔한 지 15년이 됐지만, 못 해봤던 것들이 많아요. 그동안 휴먼 드라마, 로맨스물도 출연해본 적이 없어요. 제가 출연했던 작품 대부분에선 누군가 꼭 죽더라고요. 하하. 김성희 같은 강렬한 캐릭터도 좋지만, 이제는 감정적으로 따뜻한 작품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