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면에서 압도적이다. 그룹 엑소의 네 번째 단독 콘서트는 그들이 누구인지를 스스로 증명하는 자리이자 자신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자리였다.
26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동에 위치한 고척 스카이돔에서는 엑소의 네 번째 단독콘서트 ‘엑소 플래닛 #4 – 디 엘리시온(EXO PLANET #4 – The EℓyXiOn)’의 마지막 공연이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2만 2000여 명의 관객이 운집해 엑소의 공연을 즐겼다.
2015년 개장한 고척 스카이돔은 가수들에게 ‘꿈의 무대’로 통한다. 2만 명 이상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규모 때문이다. 국내 가수 가운데 처음으로 돔 콘서트를 개최한 엑소는 2년 여 만에 고척 스카이돔으로 돌아왔다. 3일 동안 모인 관객 수는 약 6만 6000여 명. 엑소의 티켓 파워를 실감할 수 있는 숫자다.
관객들이 객석을 채운다면 무대를 채우는 건 가수의 몫이다. 엑소의 ‘디 엘리시온’은 초반부터 대단한 기세로 볼거리를 쏟아냈다. 거대한 메인 전광판은 붉게 물들었고 멤버들의 모습이 8분할 스크린에 담겼다. 29m 높이에서 쏟아지는 조명과 객석을 빛내는 야광봉. 무대는 아예 하나의 세계 같았다. 압도적인 풍경이었다.

엑소는 ‘전야’를 시작으로 1시간 동안 쉼 없이 무대를 이어갔다. 11개의 노래와 3편의 영상에서 엑소는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줬다. 그 안에는 엑소의 세계관이 있었고 여덟 멤버 각자의 개성이 있었으며 또한 하나의 엑소가 있었다.
‘콜 미 베이비’에서 시작해 ‘너의 손짓’ ‘소름’으로 이어지는 무대가 특히 재밌었다. 재즈바를 배경으로 펼쳐진 무대에는 분명 많은 장치와 치밀한 연출이 투입된 듯이 보였지만, 엑소는 무게감을 강조하는 대신 위트 있게 관객에게 접근했다. 소절마다 튀어나오는 멤버들의 개성을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엑소가 누빌 수 있는 영역이 또 한 번 넓어졌음을, 이들이 또 한 번 성장했음을 알게 만드는 무대였다.
엑소는 노래와 춤 안에서 전사가 되기도 했다가 신사가 되기도 했다. 초능력자가 됐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팬들과 이야기를 나눌 땐 영락없이 5년 차 아이돌 가수가 됐다. 팬들을 ‘심쿵’하게 만드는 말과 행동에 관객에서는 환호성이 끊이질 않았다. “여러분, 저희 많이 성장한 것 같나요?” “네!” “멋있어요?” “네!” “섹시해요?” “네!” “(손가락을 볼에 갖다대며) 귀여워요?” “꺄악~!” 하는 식의 대화가 무대와 객석을 오갔다.

개인 무대를 통해 전달된 멤버들의 이야기는 공연에 깊이를 더하는 가장 진정성 있는 장치였다. 자작랩 ‘손’을 이날 콘서트에서 처음으로 공개한 찬열은 랩을 하던 중 북받치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해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여덟 명의 손을 꽉 잡아.” 곡 말미 숱하게 읊조리던 이 가사는 엑소와 팬들에게 직격으로 내려앉았다.
세훈은 “팬들과 멤버들을 생각하며 썼다”는 ‘고(GO)’를 들려줬다. 노래는 “우린 우연이 아닌 운명”이라면서 “우리는 계속 나아갈 것(We gotta go)”이라고 말했다. 앞선 기자회견에서 “서울 공연의 마지막 날이지만 ‘이제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무대에 오른다”는 수호의 다짐을 떠오르게 만드는 가사였다.
공연명 ‘엘리시온’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유래한 단어로 가장 이상적인 곳, 낙원을 의미한다. 찬열은 공연 중반 “‘엘리시온’이 어떤 의미를 갖는 장소가 될지는 여러분이 증인으로서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3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공연에서 엑소는 말로써 ‘엘리시온’을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노래를 통해 들려줬을 뿐이다. 엑소의 지상낙원이 무엇으로써 완성되는지. “이대로 함께 걸으면 어디든 천국”(앙코르 마지막 곡 ‘너의 세상으로’ 中)이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