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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사고, '화유기'만의 문제 아냐"…제작현장 안전 문제 수면 위로(종합)

▲'화유기' 제작현장 추락사고 대책 수립 요구 기자회견(사진=고아라 기자 iknow@)
▲'화유기' 제작현장 추락사고 대책 수립 요구 기자회견(사진=고아라 기자 iknow@)

"'화유기' 제작을 중단하라는 게 아닙니다. 제작환경의 안전불감증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겁니다."

언론노조가 '화유기'의 열악한 제작 현장 문제를 꼬집었다. 그와 동시에 범정부 차원의 방송 제작환경의 개선안 마련을 촉구했다.

4일 오후 2시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 18층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에서 tvN 드라마 '화유기' 제작현장 추락사고 대책 수립 요구에 대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언론노조 김환균 위원장과 언론노조 MBC아트지부 김종찬 지부장, 사고를 당한 피해조합원 A씨의 동료 B씨와 '혼술남녀'의 사망 조연출인 고(故) 이한빛 PD의 유가족 이한솔 씨 등이 참석했다.

이날 언론노조가 가장 강조한 것은 제작환경의 안전문제 개선이었다. 그동안 우격다짐식으로 진행되던 제작관행을 타파하고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방송 제작 스태프들에 대한 처우 개선이었다.

앞서 '화유기'의 스태프 A씨는 첫 방송 당일인 지난해 12월 23일 천장에 조명을 달다 추락사고를 당했다. 해당 사고로 A씨는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았고, 해당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화유기' 제작환경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A씨의 사고를 직접 목격한 B씨는 "새벽 1시까지 업무 후 힘이 들어 일을 정리하고 귀가하려 했는데 A가 현장 담당자인 이철호 미술감독으로부터 샹들리에를 달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 이에 저와 아르바이트생 1명은 샹들리에를 달고자 사다리에 올라가 있었고, 샹들리에의 전선 작업을 위해 천장 위로 올라간 상황이었다"면서 "하지만 올라간지 얼마 되지 않아 합판이 부러지며 A가 떨어졌다. 엉덩이를 중심으로 몸이 V자로 꺾인 상태였고 의식을 1-2분 가량 잃기까지 했다. 다리가 굳는 게 느껴져 동료 직원들과 팔 다리를 마사지하며 119가 오길 기다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화유기' 스태프 낙상사고 현장 조사 영상 일부(사진=고아라 기자 iknow@)
▲'화유기' 스태프 낙상사고 현장 조사 영상 일부(사진=고아라 기자 iknow@)

이에 대해 언론노조는 "법을 무시한 처사"라고 입을 모았다. A씨는 소도구 담당으로 전기자격증이 없어 전선작업 등에 투입되서는 안 된다. 이는 전기공사업법 제3조 1항 '전기공사는 공사업자가 아니면 도급 받거나 시공할 수 없다'는 것을 위반한 행태다.

언론노조 김환균 위원장은 "이는 근로계약 자체에도 포함되지 않았던 계약 외적의 일"이라며 "'화유기' 자체에는 전기공사와 계약 자체를 하지 않아 전식팀이 마련돼 있지 않았다. 제작비 절감을 위한 쪼개기 발주 탓이다. 3·4000만원 절약을 위해 위법적이고도 위험한 쪼개기 계약을 한 것"이라고 강조, 전기공사업법을 관장하는 산업통상자원부와 관할 지자체의 조사를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이 사건의 본질은 방송제작현장의 안전사고다. 우리는 '화유기' 제작 중단이 목적이기보다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방송제작환경에서의 안전불감증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화유기' 현장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각종 자재들이 흐트러져 있던 것에 더해 화재에도 취약한 환경이었다. 한 스태프는 무질서하게 놓여진 카메라 케이블 선에 걸려 다리를 삐는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이는 고용노동부의 조사 직후 일어난 일이었다.

김 위원장은 "언론노조는 본 사건에 대해 △정부에 현재 제작 중인 모든 드라마 현장에 대한 긴급 실태조사 실시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준수 △CJ E&M의 구체적 개선 방안과 이행 계획 △이번 사건의 추가 쟁점에 대한 조사 및 안전 대책 강구 △드라마 제작 관행 및 시스템 변화 △문체부와 방통위의 드라마 시장과 제작 방식 개선을 위한 협의체 구성 및 대안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사진=고아라 기자 iknow@)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사진=고아라 기자 iknow@)

이어 "현장을 감독하는 미술감독 이씨는 자신이 샹들리에 설치를 지시한 게 아니라 조명등을 달아야 하지 않겠냐고 고지를 했을 뿐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면서 "현장감독의 해명은 안전불감증을 그대로 증명하는 일이다. 이런 안전관리 수칙을 지키지 않았을 경우 형사처벌을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이 첫 단계라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더해 방송제작과 관련된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용노동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5개부처가 드라마 제작현장 긴급점검 태스크포스(TF)를 소집해 관련 업무에 착수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소방청의 드라마 세트장에 대한 화재 안전점검 및 부족한 부분에의 즉시 개선 명령 또한 촉구했다.

CJ E&M에 대한 요구안 또한 확실히 했다. CJ E&M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했다.

김 위원장은 "작년 '혼술남녀' 신입조연출 사망사건 대책위원회에 방송제작환경 및 문화 개선을 약속했지만 또 이런 일이 발생했다. 문화를 바꾸는 건 쉽지 않지만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피해자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와 지원, 보상이 충실히 이뤄져야 한다. 이같은 부분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 지켜보고 적절치 않다 싶으면 즉시 의견과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화유기' 제작현장 추락사고 대책 수립 요구에 대한 언론노조 기자회견(사진=고아라 기자 iknow@)
▲'화유기' 제작현장 추락사고 대책 수립 요구에 대한 언론노조 기자회견(사진=고아라 기자 iknow@)

언론노조 측은 "우리가 바라는 건 범정부 차원의 드라마 제작현장 전수조사 실시"라면서 "제작사 제이에스픽쳐스와 세트설치 라온, MBC아트 및 책임자에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고용노동부 평택지청에 고발 및 진정서를 제출하려 한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언론노조 MBC아트지부 김종찬 지부장은 "방송제작현장의 문제는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특히나 소도구는 온갖 굳은 일을 도맡아 하는 방송의 약자"라며 "화려한 무대와 조명 뒤 숨겨진 진실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그들의 희생이 이번 사고를 통해 재조명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지부장은 또 "전기기사자격증 있는 전문업체가 시공해야하는 전식업무에 대해 발주 절차를 무시하고 갑을관계를 이용해 책임을 떠넘기려는 '갑의 횡포'도 한몫했다"면서 "미술감독과 세트제작 라온, 제작사 제이에스픽쳐스는 지금이라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피해자인 조합원과 그들의 가족에 사죄를 구하고 법률적인 대응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저희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는다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철저히 대응해 책임을 끝까지 물으려 한다"고 덧붙였다.

'혼술남녀' 신입 조연출인 고 이한빛PD 유가족 이한솔 씨는 "문화적인 부분은 쉽게 바뀌기가 어렵다. 하지만 방송사와 CEO의 결정에 따라 제작기간을 넉넉하게 잡거나 제작비를 넉넉하게 주는 것은 얼마든지 변화가 가능하다. 손해를 보더라도 구조를 바꾸겠다는 마음으로 이런 제도가 시행된다면 문화도 바뀔 거라 믿는다"며 CJ E&M의 변화를 촉구했다.

김예슬 기자 yeye@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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