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토록 입체적인 캐릭터는 없었다. 착한 사람은 끝까지 착하고, 악역은 끝까지 나쁘기만 하는 1차원적인 캐릭터를 보여주는 작품들도 있지만, 사실 어떤 선한 사람도 자신만의 욕망을 갖기 마련이고, 아무리 악한 사람도 약해지는 부분이 있다. JTBC ‘라이프’에서는 한두 사람뿐만 아니라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가 선악을 구분할 수 없는 인간적인 캐릭터성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호기심과 공감을 끌어내고 있다.
오는 11일 종영하는 JTBC 월화드라마 ‘라이프’(연출 홍종찬 임현욱, 극본 이수연)는 마지막회까지 단 2회를 남기고 있지만, 여전히 어떤 이가 선한 인물인지 악한 인물인지 파악할 수 없다.
드라마 ‘라이프’는 병원 안 여러 군상 속에서 현상을 지키려는 자와 바꾸려는 자의 신념이 충돌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사람을 살리겠다는 의사 예진우(이동욱 분)와 회사(병원)를 살리는 게 더 중요한 냉철한 승부사 구승효(조승우 분)가 중심이 되는 이야기다.
병원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의학 드라마라기보다는, 이를 둘러싼 인물들의 심리를 치밀하게 담아내 날카로운 시선으로 의료계를 둘러싼 현실을 짚고 있다. 인물이 아닌 의료계 전반적인 시스템에 주목한 탓에 등장인물들은 오히려 더 그 속을 알 수가 없고 입체적으로 그려진다. 두 사람, 나아가 더 많은 사람들이 싸움에 참여하고 있지만 누군가가 나빠서 싸운다기보다는 신념의 차이로 다투는 것이기에, 누가 적인지 아닌지도 알 수가 없다.

캐릭터의 이중성은 드라마의 첫 회부터 드러났었다. 예진우를 비롯해 병원 사람들이 믿고 따르던 이보훈(천호진 분) 원장이 죽었고, 예진우는 원장이 개인통장으로 3억원의 평가금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예진우가 오랫동안 믿었던 어른 이보훈을 의심하는 가운데, 김태상(문성근 분) 부원장과 병원이 원장의 죽음 및 평가금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는 근거가 등장했다.
의사들 중 가장 ‘악’의 축을 맡고 있던 부원장이었지만, 그는 지난 주 방송에서 자신이 원장을 30년 동안 곁을 지킨 사람이라고 서운해 하면서 암센터장(엄효섭 분)ㆍ산부인과(우미화 분) 등 다른 교수들의 잘못도 일일이 지적했다. 예진우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부원장은 최근 심평원에 직접 병원을 고발해 병원의 신망을 떨어뜨린 내부 폭로자가 현재 정의를 위해 나서는 것처럼 보이는 예진우였다는 사실을 폭로하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특히 병원 사람들이 가장 갈등을 겪었던 문제는 구 사장이 병원에서 가장 실적을 내지 못한 3개의 과를 시골로 보내려고 했던 사건이었다. 의사들은 환자를 살리는 것을 돈으로 계산하는 것에 문제 제기하면서 의사의 신념을 주장했다. 이에 구승효 사장은 대부분의 병원이 서울에 몰려 있기 때문에 의사들이 시골에 가면 그 사람들은 안 죽는 거 아니냐며 의사들의 이중성을 공격했다.
사장과 의사의 신념 차이가 충돌하면서 다들 구승효에게 불만을 품을 때, 예진우의 편일 것 같던 예진우의 가장 친한 친구인 소아과 이노을은 정 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이노을은 구승효가 사업만 해 와서 모를 뿐, 병원이 다른 사업체와 다르다는 사실을 알면 달라질 거라고 믿으며 구승효에게 맞서기보다 그를 바꾸려고 했다. 이에 구승효 역시 이노을에게 따뜻한 마음을 느끼고 아끼는 듯 보였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그의 편에 서지 않았다.

여러 사건을 거쳐 예진우를 비롯해 이노을, 주상문(유재명 분), 오세화(문소리 분) 등은 해고를 당했다. 예진우가 구승효 사장에게 “파견ㆍ해고, 할 줄 아는 게 이것뿐이냐”라고 묻자 구승효는 “누구나 전공 분야가 있는 것이니까”라고 당당한 자세를 취했다. 취임 이후 병원이 영업 이익률이 300% 증가했기에 회사 입장에서 보면 구승효는 일 잘 하는 직원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라이프’에서 가장 표면적으로 다르게 그려지는 인물은 예진우의 동생 예선우(이규형 분)다. 이규형은 어린 시절 사고로 장애를 입었지만, 예진우의 상상 속에서 예선우는 장애도 없으며 현실에서보다 더 냉철한 인물로 살아 숨 쉬면서 두 가지의 인물을 연기하고 있다.
이에 10일 배우들이 남긴 마지막회 관전 포인트가 인상 깊다. 구승효 역의 조승우는 “상식적으로 옳지 않다고 생각되는 일에 대해 또는 누군가는 꼭 해야만 하는 일에 대해 자신의 모든 걸 걸고 몸과 마음으로 부딪힐 수 있는 참된 용기를 가진 사람이 세상에 과연 얼마나 있을까? ‘라이프’의 마지막 회에는 그런 사람이 꽤 나올 것 같다. 그리고 구승효는 끝까지 극혐일까, 아니면 그나마 꽤 괜찮은 사람이었을까?”라며 재치 있는 메시지를 전했다.
조승우의 말처럼 ‘라이프’의 캐릭터들은 과연 어떤 인물일지 궁금증을 갖게 하는 가운데, 사실 인간이란 하나의 군상으로 묶기엔 너무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존재라는 게 이수연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아닐까 싶다.
한편, ‘라이프’는 지난해 백상예술대상에서 ‘비밀의 숲’으로 대상 및 극본상을 수상했던 이수연 작가의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