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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희의 AnB] ‘아는와이프’, ‘고백부부’와 달리 지성의 환상만 있다

[비즈엔터 이주희 기자]

(사진=tvN-KBS)
(사진=tvN-KBS)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고백(Go Back)부부’는 과거로 돌아간 부부 두 사람의 이야기이고, ‘아는 와이프’는 과거를 바꾸는 바람에 홀로 와이프를 기억하게 되는 남편의 이야기다.

그래서 ‘고백부부’의 서술자가 2명이라면, ‘아는 와이프’의 서술자는 1명이다. 덕분에 ‘고백부부’ 주인공 장나라와 손호준 두 명의 주체가 자신들의 감정을 드러내면서 두 사람 모두에 대한 공감을 사는 반면, ‘아는 와이프’는 지성의 시선으로만 결혼생활을 회상하기에 공감하기가 어렵다.

방송 전 ‘아는 와이프’는 이혼을 앞둔 부부가 과거를 바꾼다는 판타지 설정으로 ‘고백부부’와의 유사성이 제기되었다. 방송이 절반 이상 진행된 현재 시점에서 보면, 두 드라마의 설정 자체는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드라마는 시작부터 달랐다. ‘고백부부’에서 아내 진주(장나라 분)와 남편 반도(손호준 분)는 둘 다 결혼생활에 대한 회의감과 젊은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가지고 있었다. 진주는 김칫국물이 묻은 티셔츠를 입고 아이를 돌보다가 예쁘게 차려입고 젊음을 즐기고 있는 대학생들을 보고 자신의 현실을 자각한다. 반도는 영업사원으로써 원치 않는 회식에서 바보 노릇을 해야 했고, 내연녀까지 관리해주다가 진주의 오해를 산다. 서로의 오해가 쌓여가고 “우리 너무 불행해. 전부 다 되돌리고 싶다”며 이혼을 결정한 때에, 두 사람은 어느 날 함께 과거로 가게 된다.

이와 달리 ‘아는 와이프’는 남편인 주혁(지성 분)의 시점에서 우진(한지민 분)이 아내로써 얼마나 매력이 없는지를 그리며 시작한다. 주혁은 우진이 처음 만났던 풋풋했던 시절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었다는 데 불만을 가지고 있다. 우진이 작은 일에도 크게 화를 내고 저녁을 준비하다가 꽃게 다리를 던지는 모습을 보며 주혁은 우진을 ‘본노 조절 장애’ ‘괴물’이라며 안타까워한다. 주혁이 이혼을 생각하고 있는 날, 우진은 치매에 걸린 듯한 엄마의 건강을 걱정한다. 부부가 제대로 동상이몽을 꾸고 있는 상황에서 주혁은 혼자 과거로 가게 된다.

과거에서 모든 일을 해결하고 마지막회에서 현재로 함께 돌아오는 ‘고백부부’와 달리, ‘아는 와이프’는 1~2회에서 주혁이 과거를 바꾸고 다시 현재로 돌아온다. 홀로 이야기를 바꾸는 바람에 이제 주혁과 우진은 완전히 다른 시간을 살게 된다. 두 사람의 추억 또한 주혁 홀로 갖게 됐다.

현재로 돌아왔을 때 주혁은 첫사랑 혜원(강한나 분)과 결혼한 상태다. 그러나 주혁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과거를 바꿨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우진 때처럼 혜원과의 결혼 생활도 만족스럽지 않다. 재벌사위가 됐지만 그로 인해 자신의 부모님을 덜 챙기게 된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결국 주혁은 어떤 상황에도 불만 있는 캐릭터로만 그려지고 있다.

바뀐 현재에서 우진은 처음 만났을 때처럼 밝고 씩씩하다. 반짝이는 우진의 모습을 보며 주혁은 “결혼 후에 우진이 괴물이 됐다”고 또 한 번 강조하면서도 “그렇게 된 이유는 내가 만든 거다”라는 걸 깨닫는 모습을 보이지만, 깨달음의 과정이 시원하지는 않다.

그리고 이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시간. 문제를 일으킨 건 주혁이지만, 그는 더 이상 뭔가를 하지 않는다. 조용히 죄책감 느끼면서 살겠다고 한다. 이런 답답한 상황에서, 오히려 우진이 적극적으로 나선다. 그 사이에 우진은 주혁의 친한 친구 종후(장승조 분)의 사랑을 받으며 연인이 되었지만 주혁을 사랑하게 되며 종후와 헤어진다. 원래 부부였지만 주혁이 과거를 바꿨다는 걸 알게 된 우진은 다시 원래의 운명을 돌리기로 한다.

우진이 다시 주혁을 사랑하게 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지점은 우진이 마치 주혁과의 모든 추억을 가지고 있는 인물인 냥 행동한다는 것이다. 10여 년 간의 주혁에 대한 기억을 모두 잊은 우진은 더 이상 과거의 우진이 아니다. 하지만 주혁은 우진과 함께 과거 그들의 추억이 담긴 장소를 찾아가며 감상에 젖고, 주혁의 설명을 들은 우진은 황당하게도 뛰어난 공감력을 발휘한다.

두 사람이 현재 다시 잘 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추억을 다시 쌓아가는 게 ‘차선의 선택’일 수 있겠지만, 지난 12회 방송에서 우진은 과거로 직접 갔다. 추억도 없고 “네가 나 때문에 정말 불행했다”는 말을 듣고도 다시 과거를 되돌리겠다고 타임슬립을 결정한 것. 우진에 대한 배려는 부족하고 주혁의 낭만적 환상이 담긴 서사로밖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다.

‘고백부부’의 경우 마지막회에서 주인공들은 자신들이 과거로 간 것을 잠시 여행을 떠나온 거라고 비유하면서 “모든 여행은 돌아오기 위해, 가진 것을 더 사랑하기 위해 떠나는 것”이라 말하고 다시 타임슬립해 현재의 삶을 이어갔다. 과연 마지막회까지 4회 남은 ‘아는 와이프’가 ‘고백부부’처럼 공감대를 얻으며 이야기를 마무리 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이주희 기자 jhymay@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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