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방송되는 KBS 1TV '이슈 픽 쌤과 함께'에서는 '요동치는 환율, 각자도생 세계 경제’라는 주제로 강연이 펼쳐진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를 넘긴 것은 역사상 이번을 포함해서 총 네 번밖에 되지 않는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미 연준의 금리 인상, 그리고 현재. 그런데 환율 급등이 일시적이었던 과거와는 달리 현재는 1,300원 이상 이 1년 동안 유지되는 사상 초유의 강달러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해외주식에 투자한 일명 ‘서학개미’들은 달러 강세로 환차익과 함께 주가 이익을 었었고, 때문에 올해 개인 투자자들은 한국 주식 약 12조 원을 처분하고 미국 빅테크 주식으로 옮겨갔다.

지난 4월 한때 1,400원을 돌파했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1,330원대 내외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강달러로 인한 부담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렇게 달러 강세가 오래 지속되는 이유는 첫 번째, 미국의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고 있다는 것. 두 번째는 러-우 전쟁, 이-팔 전쟁으로 인한 중동 정세 불안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하면서 안전 자산인 달러 수요를 자극해 달러화 강세에 힘을 싣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허 교수는 “조기 총선을 치른 프랑스와 영국의 극우 세력 돌풍에 따른 정치 리스크가 더해졌고, 중국을 포함해 일본, 유럽 등 경기가 부진한 것도 한몫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달러 강세 현상이 장기화되자 세계의 이목은 미국이 언제 기준금리를 인하할지에 쏠렸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7월 말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9월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에 관해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돌발 변수가 생길 수도 있고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금리 인하를 반대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이 대선을 앞두고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인하해 민주당을 도우려 한다”며 파월 의장에 견제구를 날렸다. 이에 파월 의장은 “금리 결정에 정치적 필터를 끼워 넣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중국, EU, 일본 등 주요국들은 경기 회복을 위해 미 연준의 금리 인하를 기다리고 있지만,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는 일이다. 이에 따라 주요국들은 美 연준 통화정책과 차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올해 6월 4.5%p 기준금리를 미국보다 먼저 0.25%p 인하했다. 금리 인하를 통해 유럽 내 소비와 투자를 촉진하고 유럽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목표로 인하를 결정한 것이다.
일본은 심리적 마지노선인 달러당 160엔을 사수하기 위해 금리를 0.25%p 높였지만 크게 반등하진 못했다. 지난 4월 160엔이 넘어가자 우리 돈으로 85조 원이 넘는 외환보유고를 쏟아부으며 환율 방어에 나섰지만, 두 달 만에 다시 160엔 선이 무너졌다.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일본은 추가로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급격히 인상하기에는 경기가 아직 살아나지 않고 있는 상황. 260%에 달하는 국가부채비율도 인상을 단행하기 어렵게 만드는 한 요인이다.

허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은 왔지만 따뜻함을 느끼기는 어려운 상황이라 비유한다. 경제 성장률도 예상보다는 나쁘지 않고 대기업들의 반도체, 조선, 자동차 등 수출도 호조이지만 여전히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온기를 느끼기 어려운 상황이다. 가계부채와 내수 침체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금리를 낮춰야 하지만 미국에 앞서 인하를 단행하기도 어려운 일. 허 교수는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는 빠르면 9월 이후, 늦으면 미 대선 이후가 될 것”이라 예측했다. 장기적으로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는 내수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 서비스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반도체 이후 주도적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는 제언으로 강연은 마무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