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양 보냈던 아들이 돌아왔다!”
지난해 10월, ‘캡틴 아메리카’ 3편의 부제가 ‘시빌워’임이 공개되자 전세계 마블 팬들의 동공엔 지진 비슷한 떨림이 일었다. “정녕, 시빌워가 스크린으로 구현된다고?” 하지만 그 중엔 아쉬움의 소리가 섞여 있었다. 아쉬움은 ‘스파이더맨 없는 시빌워가 과연 시빌워인가’에 대한 물음에서 기인했다.
마블 코믹스 올스타전에 해당하는 ‘시빌워’는 슈퍼히어로들의 대결을 그린다. 정부가 슈퍼히어로 규제법을 들고 나오자, 이를 지지하는 ‘아이언맨’ 일파와 반대하는 ‘캡틴 아메리카’ 일파가 충돌하는 이야기가 ‘시빌워’의 핵심. 원작에서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드라마틱한 고뇌에 빠지는 이가 바로 스파이더맨이다.(스파이더맨은 아이언맨을 지지했다가, 훗날 캡틴 아메리카 편으로 돌아선다.)
하지만 ‘시빌워’ 부제 공개 당시 스파이더맨의 영화 판권은 소니픽쳐스에 귀속 돼 있었던 상태로, 소니가 자신들에게 황금알을 안겨주고 있는 캐릭터를 친정 마블에 돌려줄 리 없을 것이란 예측이 많았다. 스파이더맨은 낳아준 아버지(마블 스튜디오)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비운의 히어로로 남을 가능성이 농후해 보였다.

그러나 마블은 스크린 밖에서도 초인과도 같은 능력을 발휘했다. 설마 했던 ‘시빌워’ 프로젝트를 가동시킨 마블은, 집 나갔던 스파이더맨을 공동 부양하는 것으로 소니픽쳐스와 전격 합의를 이끌어냈다. 드디어 스파이더맨이 어벤져스 멤버들과 한 화면에 있는 장면을 볼 수 있게 된 셈이다.
결과적으로 상상 그 이상이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를 통해 마블로 돌아온 스파이더맨은 지난날의 아쉬움을 날려버리겠다는 듯 등장과 동시에 매력을 흩뿌려댄다. 놀라운 반사신경과 민첩성, 죽죽 팔에서 뿜어져 나오는 거미줄을 이용한 공격력,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활강 액션의 쾌감까지. 출연 분량 30분 남짓. 그 짧은 시간동안 스파이더맨은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킨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스파이더맨의 변화다. 톰 홀랜드가 연기한 피터 파커는 앞선 (선배 스파이더맨) 토비 맥과이어-앤드류 가필드의 피터 파커보다 유머러스하고 잔망스럽고 시끌벅적한데 그럼에도 귀엽다. 호기심 많은 10대로 다시 돌아간 톰 홀랜드 표 스파이더맨은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유머가 빠진 빈자리의 아쉬움을 달래며 극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한다. 진정한 씬스틸러다.

이전 스파이더맨과의 차별화는 슈트에서도 드러난다. 스파이더맨을 자세히 살펴보면 눈의 크기가 카메라 렌즈처럼 ‘커졌다-작아져다’ 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기존 스파이더맨 슈트에서는 없었던 부분이다. 이에 대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관계자는 비즈엔터에 “그 동안 팬들 사이에서 스파이더맨의 표정 변화가 아쉽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복면을 쓴 또 다른 히어로 배트맨의 경우, 하관을 이용해 감정을 읽을 수 있지만 스파이더맨은 그마저도 없었다. 이번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에서는 그러한 스파이더맨의 단점을 눈을 통해 보완했다”고 밝혔다.
또 하나 달라진 것은 슈트제작의 주체다. 이전 스파이더맨들은 자신들이 마치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 인 냥 직접 슈트를 제작해 입는 신공을 발휘했다. 이에 대해 스파이더맨의 능력 중 하나가 바느질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던 것이 사실. 하지만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에서 스파이더맨은 아이언맨이 만들어 준 슈트를 입고 등장한다. 어린 스파이더맨에게 현실성을 부여한 설정이자, 마블과 소니가 준비 중인 스파이더맨 단독 영화 ‘스파이더맨: 홈커밍’을 다분히 의식한 설정이다.
2017년 개봉 예정인 톰 홀랜드 주연의 ‘스파이더맨: 홈커밍’은 존 왓츠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으로, 최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출연 확정으로 기대감이 상승한 상태.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에서 드러난 아이언맨과 스파이더맨의 찰진 호흡을 다시 한 번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아이언맨의 존재가 스파이더맨 세계에 어떤 변화를 안겨줄지, 상상만 해도 즐겁지 아니한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