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서현진 기자]
배우 구혜선은 본업인 연기 외에도 미술, 음악, 영화 제작 등의 여러 활동을 해왔다. 하나도 하기 쉽지 않은 일인데, 다방면에서 재능을 뽐내다 보니 어느 새 도전의 아이콘이 됐다. 대중의 평가가 야박할 때도 있지만, 덕분에 생긴 고민들을 풀어가며 여섯 번째 개인전이 탄생할 수 있었다.
구혜선은 5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다크 옐로우’라는 주제로 관람객들을 만난다. 순수와 공포, 그리고 자유를 표현한 그림만이 아니라, 구혜선이 발매한 에이지 작곡 앨범(숨1·숨2-십 년이 백 년이 지난 후에)의 피아노 악보 및 사운드를 융합한 감성을 엿볼 수 있다.
다음은 구혜선과 일문일답
Q: 전시 준비는 어땠나
구혜선: 간단하지 않았다. 그냥 걸기만 하면 될 것 같이 간단해보여도 신경 쓸 작업이 많다. ‘내가 또 왜 했지?’란 생각을 했다(웃음). 지난 2016년에는 그림만 그렸다. 반복된 실패와 좋지 않은 결과물에 대한 비관적인 시간이 만들어준 것이다. 어쩌다 오점이 한 개면, 여러 개 생길까봐 방어적이 되지만 ‘어차피 오점 많은데 하나 더 생기면 어때?’라는 마음이었다.
Q: 2009년 개인전 '탱고' 이후 여섯 번째 개인전이다. 처음과 비교했을 때 작품을 대하는 태도에 변화가 있나.
구혜선: 확실히 작품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다. 20대에는 그냥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20대 중반에는 공감하고 함께 소통하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은 개인전에 오는 분들이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
Q: 작품에 유독 삼각형이 많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구혜선:삼각형은 가장 작은 선으로 만들어진 도형이다. 균형이나 무게감, 질서를 생각했다. 삼각형 내부는 내가 표현하고 싶은 잡념이라면, 테두리는 균형을 잡고 있다는 의미다.
Q: 문화 전 방위에서 활동하고 있다. 예술하기 힘든 점은 어떤 것인가?
구혜선:결과가 좋지 않을 때 자본적인 문제에 직면한다. 하고 싶은 걸 하고 손실이 났을 때는 다음 걸 하기 어려운 현실의 벽도 느껴봤다. 금전적인 부분이 어렵다. 배제하고 꿈만 찾을 수 없으니. 투자와 손실에 준비해야하는 어려움이 있다. 예술할 때 그런 부분을 생각하는 게 마음이 아프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영화 장편을 3개를 만들었는데, 다 잘 안됐다. 시도는 계속하겠지만, 뭔가 결과가 잘 나지 않으면 기대감도 줄어든다. 그래도 여전히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바르게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 것 같다.
Q: 그렇게 도전을 멈추지 않으니, ‘프로도전러’라는 수식어도 생겼다.
구혜선: 내 도전하는 모습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 좋은 방향으로 보면 야무지게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엔 내가 뭘 하는지 다 불편하게 볼 것이다. 그들의 다양한 생각을 이해한다. 나 역시도 누군가를 평가하기도 하는 사람 중 한명이니까.
Q: 자신감도 필요할 것 같은데
구혜선: 예전에 ‘난 다 잘한다’고 스스로 생각한 적도 있다. 근데 못하는 게 되게 많다. 보여지는 건 단편적이다. 취약한 부분이 많은데 드러나지 않은 것 뿐이다. 사실 내가 예술적 표현을 잘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단지 일을 벌려놓고 끝까지 끌고 가는 걸 잘하는 것 같다(웃음).
Q: 이번 전시를 준비하게 된 출발점이 궁금하다.
구혜선: 그림과 음악, 영화 다 안하려고 했다. 생각은 그렇게 하는데 그림을 그리고 있더라. 나를 받아들이는 시간이었다. 비우고 버리는 마음이 시작점이 됐다. 전시를 목표로 시작하지는 않았고 일상이 그림에 표현됐다. 내 마음대로 사는 게 자유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에 대한 책임이 있더라. 오히려 삶의 질서를 지키고 중심을 지니니 자유로워졌다.
Q: 결혼하면 어른이 된다는 것과 같은 맥락인가.
구혜선: 아닌 것 같다. 결혼하면 어른이 될 줄 알았는데, 아직도 어른이 아니다. 좋은 어른이 된다는 게 궁금하다. 여전히 나는 아이 같은 일들을 하는 것을 추구한다. 어릴 적 느낀 감정을 추구하고 싶다. 돌멩이를 만지면서 ‘이건 뭐가될까’ 같은 질문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현실적인 부분으로 어른이 되고 싶지는 않지만 철이 들긴 하겠죠?
Q: 안재현과의 결혼 생활이 작업에 영향을 줬나.
구혜선: 그림 그릴 때는 혼자있게 놔뒀다. 그래서 큰 영향을 받지 않았는데 앞으로는 영향을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동안 내 시간을 침범한 것은 개들이 전부였는데, 안재현은 내 삶에 들어온 유일한 사람이다. 아무래도 영향을 받을 것 같다.
Q: 전시회를 찾은 사람들이 어떤 느낌을 받았으면 하나.
구혜선: 바라는 점은 없다. 내 작품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알아봐달라는 것 보다 시간을 드리고 싶다. 그림을 볼 때는 시간제한이 없다는 자유로움이 좋다. 발걸음이 닿아 우연히 만난 그림들도 좋았다. 일부러 여러 작품들이 전시된 큰 공간을 빌렸으니 많이 둘러보고 편안하게 들려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