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홍선화 기자]
'건축탐구 집'이 이태원동의 자칭 쓰레기 집에 사는 사진작가 강진주 씨의 특별한 집을 소개한다.25일 방송되는 EBS1 '건축탐구 집'에서는 미국의 동화 작가 타샤 튜더처럼 살고 싶다는 부부의 집을 찾아간다.
◆잿더미 위에 지은 빈티지 하우스
오래된 풍금, 빈티지 조명, 100년 넘은 축음기에서 나오는 재즈 음악. 경북 성주에는 동화 속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이 드는 집이 있다. 그곳에 사는 주인공은 타샤 튜더 할머니처럼 살고 싶은 아내와 그 옆을 지키는 남편! 도시에서 학원을 하며 스트레스를 받았던 부부. 여러 차례 귀촌을 제안한 남편이지만, 아내는 자신이 없다며 망설여 왔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타샤 할머니를 알게 된 아내, 죽기 전에 타샤 튜더 할머니처럼 유유자적한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데! 그 마음이 통했는지 때마침 아는 선배가 짓던 집을 이어 받겠냐는 제안을 했고 부부는 이 집에 들어와 본인들의 삶에 맞게 텅 빈 집을 채워나갔다.
“모든 것이 잿더미가 됐어요.” 새로운 곳에서 터전을 꾸리던 부부에게 닥친 위기. 이사 온 지 2년 만에 소방 헬기까지 출동할 정도로 큰불이 나고 마는데, 불이 잡혔을 땐 집의 절반이 사라진 뒤였다. 그런데 “일부러 집에 숯을 두기도 한다”며 목수들이 잿더미 위에 집을 지었다. 알고 보니 화재가 생기면 집안이 더 흥한다는 속설이 있단다. 실제로 부부는 화재를 겪으며 마음가짐도 달라지고 여러모로 전화위복이 되었다고 믿는다.
부부의 손길이 닿으면 버려진 가구도 유럽풍의 빈티지 제품이 된다! 화재를 겪은 뒤 동네 사람들과 친해졌다는 이들 부부. 모든 걸 새로 살 수는 없었기에 이후 버려지는 교회 의자, 버려지는 과학실 테이블 등을 얻어와 재활용하기 시작했다. 부부만의 멋이 담긴 빈티지 가구들이 곳곳 채워지며 그때부터 집은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삶이 담긴 공간으로 거듭났다고. 그들의 손길이 닿은 모든 것들이 새 생명을 얻어 완성된 동화 같은 이곳. "이게 정말 버려야 할 물건인지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돼요"라고 말하는 부부의 따뜻한 철학이 집 곳곳에 스며있다.
하루아침에 아끼던 물건들이 모두 사라졌기에 삶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던 아내. 지금 당장의 행복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순간순간을 즐기기 시작했다는데. 그 때문에 마당일을 할 때도 설거지할 때도 늘 동화 속의 주인공처럼 화사한 원피스를 입고 일한다.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쓰레기’ 집이태원동에는 자칭 쓰레기 집에 사는 사진작가 강진주 씨가 산다. 세월이 느껴지는 적벽돌과 오래된 방식의 천장 마감을 그대로 드러낸 인테리어까지! 구옥의 매력을 그대로 살려 리모델링한 집이다.
만들어진 지 50년 된 집의 천장을 뚫자 드러난 독특한 패턴이 꼭 현대미술 같았다는 건축주. 과감히 천장을 노출하고 분진이 떨어지지 않게 칠 마감만으로 옛것을 보존하면서도 멋을 살렸는데, 이 독특한 패턴은 실은 당시 인부가 수작업으로 하나하나 덮은 거푸집의 흔적이었단다. 허물지 않고 그대로 살린 문들도 모두 지금은 만들어지지 않는 원목 문이라고 한다. 오래된 것들을 버리고 싶지 않았던 소신 덕에, 이제는 다시 만들어지지 않는 옛날의 건축 방식이 보존되어 집의 보물이 되고 이야기가 되었다.
그녀가 구옥을 리모델링하겠다고 했을 때, 주변 모두가 반대했다는데? 곰팡이 귀신이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곰팡이가 창궐한 상태였고 악취가 심각했다는 이 집. 처음에는 반려견 소피도 집에 절대 들어오려고 하지 않았다. 4개월을 내리 냄새 빼고 곰팡이 없애기만 했다. 포기를 해야 할까 망설이던 차, 우연히 2층 창에서 내다본 풍경이 너무나 환상적이었다는 그녀. 그 풍경을 보고 부엌이 있던 해당 공간을 과감히 허물어 테라스를 만들었다. 시원하게 트인 테라스 공간을 보며 집을 완성할 수 있을 듯한 자신감이 들었다. 집을 포기하지 않았던 덕분일까, 지금은 현대와 과거를 가로지르는 것 같은 오묘한 분위기의 집이 완성되었다.
옛것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건축주. 그녀가 이렇게 된 데에는 반려견 소피의 영향이 있다. 이미 이 집에 올 때 15살 노견이었다는 소피. 소피에게 작은 마당을 만들어주고 싶어서 아파트를 버리고 오래된 집을 고치는 고생을 마다하지 않았다.
"내가 그것을 예뻐하면, 보물이 되는 거죠."라고 말하는 건축주의 집에는 누군가에게 버려진 물건들이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아 공간을 채우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온갖 물건을 수집하고 버리지 못했다는 그녀. 이 집은 자칭 ‘쓰레기 집’이지만, 자신이 정성껏 예뻐하여 보물 집이 되었다. 누군가 쉽게 구식이라 치부하고 지나치는 것들 속에서 진정한 미와 지혜를 찾아내는 그녀의 공간이다.
버려질 뻔한 것들에 새 숨결을 불어 넣으며, 우리는 어쩌면 현대 사회에서 잊고 있던 소중한 가치를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소비와 편리함만을 좇는 시대에, 오래된 것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일깨우는 ‘쓰레기 집’을 탐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