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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탐구 집' 친구와 함께하는 정겨운 집

[비즈엔터 홍선화 기자]

▲'건축탐구 집' (사진제공=EBS1 )
▲'건축탐구 집' (사진제공=EBS1 )
'건축탐구 집'이 72세 소녀들의 청춘교실 같은 집을 찾아간다.

31일 방송되는 EBS1 '건축탐구 집'에서는 서로 의지하며 인생의 계단을 같이 걷고 있다는 두 친구의 실험적인 집을 소개한다.

◆72세 소녀들, 셋이라 더 좋아

경기 여주, 박공지붕이 가득한 시골 동네에서 유일한 평지붕이라 한눈에 찾아갈 수 있는 집. 이곳에선 조립식 가족을 이루고 산다는 72세 동갑내기 소녀들을 만날 수 있다. 성격도 취향도 다 다른 셋이 모여 산다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이 독특한 가족은 심재식 씨와 이혜옥 씨,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친구이자 식구처럼 붙어 지낸 지가 벌써 60년. 두 사람은 한집에 같이 살진 않았어도, 학교와 직장 그 어디든 함께 붙어 다녔을 정도였다. 그렇게 쉰 살 중반이 되던 어느 날. 많은 사람을 만나며 사회생활에 지쳤던 재식 씨는 홀로 산에 들어가 자연인처럼 살겠다는 결심을 했다. 당시 혜옥 씨는 서울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았으나,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홀로 살게 된 상황. 둘 다 혼자라면 차라리 같이 집을 짓고 함께 살아보기로 결심하면서 두 사람의 건축일지가 시작됐다.

유럽식 주택이 유행하던 시절이라지만, 모던한 집이 눈에 들어왔다는 혜옥 씨. 마음에 드는 설계사를 찾아가 의뢰를 한 뒤 공사가 진행됐는데, 집의 모양이 주변 집들과 다르다 보니 민원이 많았다. 단층에 가로로 긴 평지붕의 집. 한쪽 면엔 창도 길게 넣어 식당으로 본 사람도 있었을 만큼 당시엔 특이한 외형이었다. 내부엔 툇마루를 만들고, 본채와 별채로 나누고, 후정을 만들어 한옥의 느낌까지 담았다는 건축주. 16년 전에 설계된 집이지만, 주방은 요즘 유행한다는 대면형 주방이다. 수전도 2개를 넣어 편리함까지 갖췄다.

이제 다 짓고 둘이 사나 싶었는데, 어쩌다 보니 식구가 한 명 더 늘었다. 8년 전, 이 집에 경옥 씨가 찾아온 것. 남편이 세상을 떠나면서 경옥 씨는 집을 내놓았는데, 금방 집이 팔리게 되자 머물 공간이 필요해졌다. 정든 동네를 떠나기 싫어 고민하던 경옥 씨에게 손 내밀어줬다는 재식 씨와 혜옥 씨. 60평 집에 사는 사람이라곤 둘뿐이니, 잠시 방을 내어줬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서로 마음이 잘 맞아 이 집에 함께 살게 됐다.

아무리 친구라도 같이 살기 위해선 각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세 사람. 가계부를 작성하며 생활비를 관리하는 건 재식 씨의 몫. 손재주가 좋은 경옥 씨는 요리와 화초를 맡았다. 한때 공장장이었다는 혜옥 씨는 집안의 설비부를 담당. 각자 제 역할을 잘해준 덕분에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어도 가족 삼아 서로를 돌보며 살고 있다. 이제는 더 많은 사람과 함께하고 싶어, 마당과 집을 열었다는 세 사람. 다양한 활동으로 채워지고 있다는 72세 소녀들의 청춘교실 같은 집을 탐구해 본다.

◆45년 지기 두 남자의 실험적인 집

서울시, 구도심의 좁은 골목길 사이에 솟아난 나무 같은 집. 콘크리트와 나무가 뒤섞인 묘한 외형이라 동네에서 단연 눈에 띈다. 두 채가 나란히 우뚝 선 쌍둥이 집은 45년 지기 두 남자가 함께 살기 위해 지었다.

어린 시절부터 한동네에서 같이 자랐다는 종일 씨와 정인 씨. 친구이자 형제처럼 사십여 년간을 함께 지내던 어느 날, 정인 씨가 기러기 아빠가 되면서 그 인연이 깊어졌다. 가족들을 미국에 남겨 놓고 한국에 홀로 돌아와 일해야 했던 정인 씨. 그는 당장 서울에 살 집이 필요했던 상황이라 고민이 많았다. 마침, 사무실이 필요했던 종일 씨. 건축가였던 정인 씨를 믿었던 종일 씨는, 그에게 같이 집을 지어 보자 먼저 제안했다. 그렇게 땅을 보고 계약하는 데 걸린 시간은 겨우 일주일! 그렇게 건축가 정인 씨의 실험은 첫발을 내디뎠다.

35평 땅 위로 두 채의 집을 짓는 설계에 도전한 정인 씨. 그는 이 집을 실험체 삼았다는데, 콘크리트 골조에 나무집을 끼워 넣은 독특한 구조로 짓는 것이 이 집의 목표였다. 그러나 이곳은 서울의 구도심. 주변 건물의 밀도가 높아 법규적 조건이 까다로웠던 땅이다. 이에 굴하지 않았던 정인 씨는 오히려 이 점을 설계에 반영했다.

먼저 건축 규제에 맞춰 외형을 만들고, 그걸 딱 반으로 나눈 뒤 공간은 서로 엇갈리게 회전시켜 만든 쌍둥이 집. 문제는 땅이 가진 조건에 맞춰 만들어진 집이라, 90도가 거의 없을 만큼 내부 설계가 복잡했다. 양쪽의 각도가 다른 박공지붕부터, 각층별 공간의 모양과 계단의 형태까지 다 달라 몇몇 인부들은 시공을 포기했을 정도. 현장에서 시공과 설계가 정확하게 맞아떨어지질 않아, 무려 세 번이나 거푸집을 뜯고 다시 하길 반복했다. 정인 씨가 현장소장을 자처하며 매일 현장으로 출근한 덕에 겨우 완성할 수 있었다.

서로를 믿고 의지한 덕분에 지어진 쌍둥이 집. 하지만 아무리 친해도 이것 하나만큼은 양보할 수 없었다는데, 바로 ‘온도’였다. 각 공간은 그 생활 방식에 따라 다른 온도를 가져야 한다는 철학을 가졌던 정인 씨. 그 때문에 콘크리트에는 단열하지 말자고 주장했었다는데, 이 실험만큼은 종일 씨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그렇게 겉은 일란성이지만 속은 이란성인 쌍둥이 집 탄생! 정인 씨는 각 층의 공간별로 서로 다른 온도를 유지 중이지만, 종일 씨는 어디서든 늘 따뜻한 온도로 지내고 있단다.

홍선화 기자 cherry31@bizent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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