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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영] ‘20세기 소년소녀’, 우리들은 자란다

▲이상희, 김지석, 한예슬, 류현경(사진=고아라 기자 iknow@)
▲이상희, 김지석, 한예슬, 류현경(사진=고아라 기자 iknow@)

학창시절엔 대학교에 입학하면 저절로 어른이 되는 줄 알았다. 세상을 보는 눈은 넓고 날카로워질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나의 대학 생활은 무수한 결석과 C학점으로 점철된 채 끝났다. 그 땐 내가 취업을 하면 어른이 될 거라 생각했다. 이성이 본능을 앞서고 독보적인 전문성을 갖춘 직업인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나의 직장 생활은…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

우리들은 자란다. 열일곱 살에도, 스무 살에도, 서른다섯 살에도. 28일 막을 내린 MBC 월화드라마 ‘20세기 소년소녀’는 느리지만 조금씩 성장하는 서른다섯 친구들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톱스타 사진진(한예슬 분)은 소문과 평가의 홍수 속에서 자신을 지키는 법을 배웠다. 언제나 사랑을 향해 돌진하던 한아름(류현경 분)은 마침내 그것을 소중히 여겨줄 연인을 만났으며, 장영심(이상희 분)은 마침내 어머니의 이혼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우리들은 자란다. 무수한 화해를 통해서. 사진진은 가출한 언니 사호성(김정화 분)과 화해하고 호성은 진진의 든든한 수호자 중 한 명이 됐다. 정우성(안세하 분)과 한아름의 화해는 한 쪽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지 않았기에 더욱 빛났으며, “집도 없고 부모도 없”는 처지를 두려워하던 장영심은 어머니의 이혼을 받아들임으로써 ‘엄마’가 아닌 ‘인간’으로서의 김영자(박명신 분)와 화해했다.

(사진=MBC '20세기 소년소녀')
(사진=MBC '20세기 소년소녀')

KBS2 ‘아버지가 이상해’ 등 많은 작품이 30대 비혼 여성의 ‘당찬’ 삶을 보여주겠다면서도 ‘비혼을 다짐한 여자들도 결국 제 짝을 만나 결혼해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따위의 ‘결혼이 정답’인 결말을 보여준 것과 달리, ‘20세기 소년소녀’는 30대 비혼 여성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다는 작품의 기획 의도를 충실하게 따랐다. 시진진의 청혼으로 막을 내렸지만 “결혼이 우리의 해피엔딩일까”라는 고민도 함께 남겼다.

공지원(김지석 분), 안소니(이상우 분) 등의 남자들은 위기에 빠진 시진진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도 했지만 작품은 이것을 시혜적인 도움으로 그리는 대신 사랑과 우정의 일면으로 담았다. ‘심쿵남’이나 ‘직진남’은 없어도 소년과 소녀는 있었다. 그래서 ‘20세기 소년소녀’는 따뜻했다.

‘20세기 소년소녀’는 숨 가쁘게 사건을 쏟아내고 갈등을 만들어내는 최근의 드라마들과 달랐다. 대신 친구 간의, 가족 간의, 연인 간의 대화를 들려줬다. 등장인물의 위기 극복이나 성장을 과시하듯 전시하는 대신 그들의 일상으로 시청자를 초대했다. 심심할 수 있을지언정 담백했다. 시청률은 빠르게 평가되고 편성 변경 등의 이슈 또한 빠르게 전파되지만, 작품에 대한 회자와 발견은 천천히 이뤄질 것이다. 그리고 이 느린 속도로, 우리들은 자란다.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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