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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아시아영화제,가다①] 이래서, 박찬욱 #아가씨 # 매진 #김민희와 김태리

▲'아가씨' 상영후, 런던 관객과 만나고 있는 박찬욱 감독
▲'아가씨' 상영후, 런던 관객과 만나고 있는 박찬욱 감독

뒤늦은 여름휴가로 오게 된 런던. 마침 런던에서 영화 한류를 일으키기 위한 첫 움직임이 불고 있었다. 10년 동안 한국영화를 영국 관객에 알려온 문화예술기획사 카다(KADA)의 전혜정 대표가 이끌고 있는 제1회 ‘런던아시아영화제’가 그 주인공.

지난 20일(현지시간) 런던 오데온 레스터 스퀘어에서 열린 개막식에는 개막작 ‘밀정’을 연출한 김지운 감독을 비롯, ‘아가씨’ 박찬욱 감독, ‘최악의 하루’ 한예리 권율 등이 참석해 축제를 달궜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칠 수 없다,는 진부한 표현밖에는 떠오르지 않는다. 영화제의 실제 열기가 내심 궁금했던 상황. 21일 런던에 떨어지자마자 피카딜리 서커스에 위치한 ‘픽처하우스 센트럴(Picturehouse Central)’ 극장을 찾았다. 영화 ‘아가씨’의 공식 상영회과 박찬욱 감독의 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되는 자리였다.

일찍이 매진을 기록한 자리답게 현장은 관객들로 붐볐다. 런던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이 찾은 덕이라고 생각하면 오산. 박찬욱 감독의 세계적인 명성을 확인시키듯, 외국인 관객의 비중이 압도적이었다.

영국 작가 세라 워터스 장편소설 ‘핑거스미스’를 원작으로 한 ‘아가씨’는 귀족 아가씨 히데코(김민희)와 그 돈을 가로채려는 사기꾼 백작(하정우), 그리고 소매치기 고아이자 순박해 보이는 하녀(김태리)의 속고 속이는 이야기를 그린다.

관객들은 ‘백작’을 맡은 하정우가 등장하는 씬마다 웃음을 터뜨렸고, ‘아가씨’ 김태리와 ‘하녀’ 김태리의 호흡에 숨을 죽였다. 이들은 밤늦은 시간까지 진행된 박찬욱 감독과의 토크를 지켜보며 축제를 함께 했다.

▲'아가씨'를 만나러 온 관객들
▲'아가씨'를 만나러 온 관객들

한국 개봉 당시 많이 쏟아졌던 질문들이 이날 토크 초반에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가령, 사라 워터스의 소설을 영화화한 이유, 할리우드 영화 ‘스토커’의 경험이 안긴 변화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럼에도 복기하자면, 박찬욱 감독은 영화의 시작에 대해 “프로듀서의 아내의 추천으로 원작 소설을 읽게 됐다. 프로듀서가 ‘올드보이’을 함께 했던 임승용 용필름 대표”라며 “소설의 첫 에피소드부터 빠져들었다. 이건 영화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영국의 어떤 아름다운 여배우를 캐스팅해서 영화를 만들까 꿈에 부풀었었는데, BBC에서 제작한 드라마가 있길래 김이 샜다. 그러니까 모든 게, BBC 잘못”이라고 농담을 던졌다.

이어 “그렇다면 선택은 한국으로 무대를 옮기는 것이었다. 돌이켜 보면 잘 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유는 “배경을 옮기면서 영화의 층이 보다 다양”해졌기 때문. 원작은 자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서로 속고 속여야 하는 두 여자의 이야기다. 여기에 신분의 격차가 사랑을 가로막는 또 하나의 장애물로 기능한다. 그러한 장벽이 한국으로 옮겨오면서, 한 겹 더 생긴 셈인데, 그것은 국적이다. 박찬욱 감독은 “서로 싫어하는 두 나라의 장벽이 더해지면서, 이들 사랑의 장벽이 더 두터워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자리에서는 박찬욱 감독의 연출방식도 들을 수 있었다. 박 감독은 “무대에서 몸을 임직이면서 하는 리허설은 잘 안 하는 스타일이다. 리딩은 많이 한다. 한 줄 한 줄의 대사 뿐 아니라, 지문까지도 그것이 존재하는 이유를 배우들과 세심하게 이야기 한다”고 말했다. ‘아가씨’의 경우 주연을 맡은 두 여배우의 시너지가 중요한 작품이기에 박찬욱 감독은 김민희와 김태리가 둘만의 시간을 많이 갖도록 유도했다. 김태리가 김민희의 원래 팬이었다는 게 장점으로 작용했다. 박찬욱 감독은 “김태리가 항상 ‘언니, 언니’하며 따랐고, 그런 태리를 김민희가 잘 챙겼다. 그런 관계의 덕을 좀 봤다”고 웃어 보였다.

다만 박찬욱 감독은 “액션/춤/정사 시퀀스에 대한 리허설을 꼭 한다”고 전했다. ‘아가씨’ 정사 씬의 경우 “요가나 필라테스 복을 입고 정교하게 그려진 스토리보드를 놓고 리허설을 했다”며 “어느 수위까지 보여주는지 정확하게 미리 이야기 했다”고 전했다. “정사 씬은 가급적 일찍, 그리고 짧게 찍는 게 좋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래야 홀가분하게 끝내버리고 나머지 장면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아가씨’는 욕심을 최대한 배제하고 원하는 그림을 얻는데 주력한 덕분에 한 두 테이크 만에 촬영을 효율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촬영 현장을 한 층 더 효율적으로 하게 한 것은, 할리우드에서의 경험이다. ‘박쥐’가 100회차, 할리우드 영화 ‘스토커’는 40회차에 결과물을 얻었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찍은 ‘아가씨’는 67회차다. 박찬욱 감독은 “‘아가씨’가 ‘박쥐’ 보다 어려운 영화이기에, 한국 제작진 대부분이 120회를 예상했다. 그런데, 그보다 2배 빠른 속도로 찍었다. 미국에서의 경험이 없었다면 불가능 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런던(영국) 정시우 기자 siwoorai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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