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서바이벌 오디션이 넘쳐나는 가운데, MBC ‘언더나인틴’이 내세운 다른 프로그램과의 차별성은 출연자들을 보컬ㆍ랩ㆍ퍼포먼스 팀으로 나눈 것이다. 하지만 프로그램의 차별성을 만들기 위해 억지 제한을 둠으로써 진짜 결과물인 ‘최고의 10대 아이돌’을 만드는데 방해가 되는 건 아닐지 그 실효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지난 3일 오후 첫 방송한 ‘언더나인틴’은 최고의 틴에이저 아이돌 그룹을 만들기 위해 기획된 MBC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보컬·랩·퍼포먼스 각 파트 별 19명씩 10대로만 구성된 총 57명의 ‘예비돌’들이 열띤 경쟁을 펼치고 있다.
지난 제작발표회에서 정창영 PD는 3가지의 파트로 나눈 이유에 대해 “아이돌의 구성요소를 감히 내가 분석해본 결과 보컬ㆍ랩ㆍ퍼포먼스였다. 여타 프로그램들은 한 시스템 안에서 트레이닝을 하는데, 우리는 파트 별 경쟁 부문이 강화되어 있다. 우리 프로그램은 출연자 개개인의 특징을 잘 파악하고 있으며, 다른 분야를 잘 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가장 잘 하는 부분을 강조했다”라고 밝혔다.
PD의 말처럼 파트를 구분하는 것은 가장 잘 하는 부분을 드러내고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이들이 간과한 것이 있다면 아이돌이란 부문별로 잘하는 전문가를 키우는 게 아니라 전체적인 밸런스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 가지 분야에서는 특출하지 못 하지만, 세 가지 모두 골고루 잘 하는 경우 오히려 밸런스 측면에서 그룹에 더 적합한 친구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첫 방송에서 보컬 팀의 배현준은 긱스(feat.소유)의 ‘Officially missing you’를 불렀다. 해당 곡은 보컬보다 랩이 더 많은 곡. 배현준은 한 분야에 특출한 점을 보이진 않았지만 두루두루 잘 하는 예비돌이었다. 그렇다면 배현준의 무대는 전체적인 부분을 평가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보컬 부분으로만 평가를 해야 하는 것일까 라는 의문을 낳게 한다.
자신의 파트를 정하지 못했던 친구도 있었다. 앞서 진행됐던 ‘진로 결정 시간’에서 제이창은 뛰어난 보컬과 퍼포먼스 실력을 드러냈다. 이에 보컬팀 디렉터 크러쉬는 “기본적으로 노래를 너무 잘 한다”고 감탄했고, 퍼포먼스팀 디렉터 슈퍼주니어 은혁은 “저런 친구가 가운데서 춤을 춰주면 스웩이 있어 보일 거다”며 자신의 팀으로 데려오고 싶어 했다. 어떤 과정을 거쳐 결정됐는지는 모르나, 결국 이날 제이창은 보컬팀에 속해 있었고, 샘김의 ‘SEATTLE’을 선곡했다. 뛰어난 감성과 보컬 실력은 물론, 발라드 곡임에도 불구하고 동작 하나하나에 포인트를 주어 크진 않지만 퍼포머의 면모도 드러냈다. 다만 제이창이 보컬팀으로 한정되어 있지 않았다면 더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처럼 하나의 파트 안에 예비돌들을 가둬두는 것은 오히려 아이들에게 한계를 지워주는 일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파트 구분은, 굳이 필요한 것이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특히 ‘언더나인틴’의 또 다른 차별점은 나이다. 참가자들이 10대여야 하는 이유에 대해 PD는 “10대들은 늘 새롭고 도전 의식이 강하고 크리에이티브하다”, “10대 아이들의 성장하는 모습에 초점을 맞춰 방송을 보면 재밌을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만큼 예비돌들의 성장 가능성을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다. 가능성이란 언제 어떤 방향으로 변화할지 모른다. 하지만 오히려 '언더나인틴'은 성장 방향을 하나로 제한하고 있다.
결국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파트 세분화의 한계는 방송 1회 만에 드러났다. 이날 방송 말미 랩팀의 박진오가 보컬팀과 퍼포먼스팀을 견제하기 위한 무대를 준비했다고 하자, 보컬팀과 퍼포먼스팀에서도 지지 않고 대표로 한 명씩 무대로 올라섰다. 팀을 대표한 인물이었기 때문에 각자 팀이 가진 능력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랩팀뿐만 아니라 보컬팀과 퍼포먼스팀 또한 모두 랩으로 대결을 펼쳤다.
‘비교’란 공통점이 있을 때 할 수 있는 것이기에 각 파트 안에서는 가능하지만, 보컬팀ㆍ랩팀ㆍ퍼포먼스 팀으로 나눠진 경우엔 어떤 팀이 더 잘 했는지 꼽기 어렵다. 비교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판단하기 어려운 것이다. 14회의 방송 이후 파트 구별 없이 총 9명이 데뷔를 하게 되는 가운데, 마지막 9명은 어떤 파트의 멤버의 비율이 더 많을지, 각 파트별 경쟁 과정에 대한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