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방송되는 KBS1 '동행'에서는 엄마와 행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연 씨의 힘겨운 일상을 만나본다.
◆기연 씨가 웃는 이유
부산의 한 동네에는 나타났다 하면 모르는 이가 없는 유명 인사가 있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늘 웃음 가득한 얼굴로 폐지를 줍는 기연 씨(41)가 그 주인공이다. 40kg의 몸으로 매일 100kg이 넘는 수레를 끌며 거리를 누비는 기연 씨. 하루에도 몇 번씩 고물상을 오고 가는 걸 보면, 그 작은 체구에서 어떻게 그런 힘이 나는지 신기할 정도다. 그런 기연 씨를 모습에 입을 모아 칭찬하기 바쁜 이웃들. 아무리 힘들어도 얼굴 한 번 찌푸리는 걸 본 적이 없단다.
기연 씨의 웃음을 보고 있으면 함께 기분이 좋아진다는 이웃들. 기연 씨가 지나갈 때면 너도나도 모아뒀던 폐지를 꺼내주기 바쁘다. 늘 웃는 기연 씨를 보며 ‘힘들지 않냐고, 어떻게 매일 웃을 수 있냐고’ 묻는 사람들. 그때마다 기연 씨가 말하는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사랑하는 엄마 양순 씨가 있기 때문이다.
◆엄마의 아픈 손가락
벌써 15년 가까이 폐지를 줍고 있는 기연 씨. 처음 기연 씨가 폐지를 줍기 시작한 건 엄마 양순 씨(75)를 따라서였다. 어린 시절부터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해 장애 판정을 받게 된 기연 씨. 여기저기 병원을 찾아다녀봤지만 원인과 치료 방법은 찾을 수 없었다. 말을 못 하는 딸의 아픔이 자신의 탓이라 오랜 시간 자책하며, 눈물짓던 양순 씨. 처음 딸과 폐지를 줍기 시작했을 때는 아픈 딸에게 폐지까지 줍게 한다며 모진 소리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폐지 줍기는 훗날 홀로 남게 될 딸을 걱정한 엄마의 어쩔 수 없는 선택지였다.
대화가 힘들어 직장 생활도 쉽지 않은 딸에게 먹고 살길만큼은 마련해 주고 싶었던 것. 그래도 오랜 기간 성실히 일한 덕에 이젠 동네에서도 착하고, 일 잘한다 소문난 기연 씨지만 또 잘하면 잘하는 대로 엄마는 걱정이 앞선다. 한 번씩 크고 작은 상처를 입는 딸을 볼 때면 괜히 힘든 길을 알려준 것 같아 가슴이 미어지고, 혹시나 귀가가 늦어질 때면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닐까 애가 탄다는 양순 씨. 딸을 향한 걱정이 가득한 엄마의 눈엔 마흔 넘긴 딸도 평생 돌봐줘야 할 품 안에 자식이다.
◆‘엄마 없인 못 살아’ 기연 씨의 엄마 사랑
열 마디 말보다 한 번의 웃음으로 진심을 전하는 기연 씨. 덕분에 함께 마음을 나누는 이웃들도 제법 많아졌다. 몇 달 전부터는 마트 사장님의 배려로 오전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기연 씨. 마트 일이 끝나고 나면 또 쉴 틈 없이 수레를 끌고 거리고 나선다. 아픈 다리를 이끌고 아파트 청소 일을 하는 엄마를 쉬게 하기 위해선, 본인이 더 열심히 몸을 움직이는 수밖엔 없기 때문이다.
100kg이 넘는 폐지를 팔고 받는 금액은 만 원가량. 하루에 몇 번씩 고물상을 오가며 받는 돈을 엄마에게 고스란히 건네는 기연 씨는 그때가 하루 중에 가장 보람차고 즐거운 순간이란다. 엄마가 웃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기연 씨. 본인은 밑창이 다 닳은 운동화를 내내 신고 다니면서도 엄마의 낡은 운동화는 그냥 두고 볼 수가 없고, 파스 한 장도 일단은 엄마의 다리에 먼저 붙이고 본다. 자신이 속상해하면 뒤돌아 눈물 흘릴 엄마를 알기에 항상 웃고 다닌다는 기연 씨. 엄마 양순 씨는 기연 씨가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아내게 만드는 가장 큰 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