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방송되는 KBS1 '동행'에서는 희망을 꿈꾸는 한 가족의 사연을 만나본다.
인천광역시에 위치한 한 연립주택의 반지하 집. 여덟 살 지율이와 오빠 진헌이(9세), 동생 진우(5세), 그리고 엄마, 아빠까지 다섯 식구의 보금자리다. 보통의 집이라면 가족의 가장 안락한 공간이 되어주어야 하지만 지율이네 집은 사정이 좀 특별하다. 반지하라 햇볕이 잘 들지 않는데다가 4년 전 큰 폭우로 인근의 하천이 범람하며 침수 피해까지 입은 터라 습기를 가득 머금은 장판은 온통 들떠서 찢어져 있고, 곰팡이와 침수 자국으로 벽지 곳곳은 얼룩져 있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지율이네 가족은 집 안에서도 신발을 신고 지내야 하는 상황. 마음 편히 신발을 벗고 지낼 수 있는 공간은 집안에서 안방 한 군데뿐이다. 아무리 닦고 장판을 갈아 봐도 계속 올라오는 습기에 새로 깐 장판이 일 년을 버티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자 아빠는 장판을 교체하는 일을 포기하고 말았다. 환경이 좋지 않다보니 지율이네 삼 남매는 감기를 달고 사는가 하면 이름 모를 벌레에 물리는 일도 잦다. 수시로 벌레에 물려 약을 발라주고, 감기약을 먹는 일에도 익숙한 아이들을 볼 때마다 아빠는 아이들에게 안락한 집을 마련해주지 못한 것이 못내 미안하다.
삼 남매 가운데 둘째 지율인 아빠 바라기다. 세상에서 아빠가 힘든 것이 제일 싫다 보니 누가 딱히 시키지 않아도 아빠를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찾아서 하곤 한다. 이런 지율이를 껌딱지처럼 따라다니는 건 세 살 터울의 동생 진우. 아빠가 일을 나가고, 오빠가 하교하기 전에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는 막내를 받아서 살뜰하게 챙기는 것은 모두 지율이의 몫이다. 동생을 씻기는 것은 물론 돌봄 센터에서 일부러 챙겨온 간식을 주는 것까지 누나 노릇을 톡톡히 하는 지율이.
이뿐만이 아니다. 아빠가 없는 동안 고사리 손으로 설거지를 미리 해 놓는가 하면 아빠가 돌아온 후에는 아빠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집안일을 도우려고 애쓴다. 아빠를 돕겠다며 두 손을 걷어붙이는 지율이를 볼 때마다 든든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한창 어리광을 부리고 뛰어놀아야 할 나이에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린 것 같은 모습을 보면 미안하고 짠한 마음이 먼저 든다는 아빠. 하지만 지율인 이런 아빠의 걱정과는 달리, 아빠를 돕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다며 해맑게 웃는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이사를 가고 싶은 아빠. 다행히 5개월 전 LH에서 주관하는 주거지원사업에 당첨이 됐지만, 주변의 집값이 너무 오른 탓에 지원비만으로 이사를 할 집을 구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 집값에 보태기 위해 그동안 열심히 일하며 돈을 저축해 왔지만, 그때마다 노쇠한 부모님 생활비에 병원비 등을 감당하느라 큰돈이 나가며 아빠의 꿈은 번번이 좌절되고 말았다. 이제 LH에서 정해 놓은 기간이 한 달 남짓 남은 상황, 그 안에 어떻게든 이사를 가지 못하면 기회가 영영 사라질 수 있어 아빠의 마음은 조급하기만 하다.

